2017/11/08 20:22

2017. 11. 05. SUN. MOT 재와 연기의 노래_재의 노래(acu ver.) 그날에 대한 단상

오랜만에 보는 못의 공연.
저번 단독 공연...을 어디서 했더라...홍대인가 현대카드 스테이지인가.

001.
삼성동은 참 멀기도 하다. 공연시작 20분 전에 도착해서 사인회 티켓 못 받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93번으로 안착했다.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저 혹시 사인회 마감 되었나요?"라고 물으니 옆에서 번호표를 주심.
 

002.
공연장 안에 들어가니 무대 가운데 놓여진 미러볼에 조명이 반사되어 공연장 안 천장과 벽에 기이한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미러볼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이이언님이 미러볼을 발로 차며 찍은 화보가 떠올랐고 동시에 cry me river도 같이 재생되었다.


003.
킹스맨 컨셉이라고 공식계정을 통해 알았음에도 못의 정장은 나를 심쿵!!하게 만들었다. 역시 남자는 수트.


004.
첫 곡은 My Little piggy.
동화같은 곡이 매우 맘에 들어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듣던 곡이다.
이 곡이 리얼라이즈에 실리기 전에 이대 ECC에서 했던 이이언님 단독 공연에서 먼저 소개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도 곡이 너무 좋아서 가사를 간신히 외워 다이어리에 적어두고서 단어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기도 했다.
 

005.
다음 곡이 연주 될 때마다 승천하는 광대와 곡이 끝나면 자동으로 치는 물개박수.
이걸 그저 고맙다고 좋다고 멋지다고 최고라고 표현하기엔 모자란다. 뭔가 좀 더 근사한 단어가 있어야 한다.
아- 세상에 이런 공연은 Mot만이 할 수 있다. 실시간 보석 세공, 음표의 꼬리 하나하나 꾹꾹 새겨서 만드는 음악들.
Mot한다. Mot할 수 있다. 듣도 보고 Mot한. 굉장히 잘 Mot한. 


006. 
앵콜 곡이 총 3곡이었는데 마지막에 이이언님이 "한 곡 더 할게요"하면서 BAE BAE 부르실 때
아 지금 이 곳에 있는 내가 승자다!! 
이이언님이 "한 곡 더 할게요"이 말에 '아 기분 좋다'라는 뜻도 있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찹쌀떡이 이렇게나 관능적인 단어다. 수트 입고 부르셔서 더...살려줘 babe 경찰불러 babe


007. 
중간 중간 멤버들의 멘트 시간이 아주 알찼다.
멕일 수 있었지만 멕이지 않겠다는 남열님과
재와 연기에 대해, 연기는 불완전 연소의 부산물이며 불완전 연소란 산소(=자금)가 부족할 때 생긴다.
이 부분에서 이이언님이 무릎이 탁! 치심. 
공연때마다 계속 기도하셨다고..틀리지 않게 해주세요, 틀리지 않게 해주세요.
손사보 받아가신 분 부럽고..부럽다.
이언님 어제 신나서 멘트 길게 했다가 목이 상해서 오늘은 어제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전해주겠다고 하셨는데
간결하게 전하니 감동이 덜 하네요. 하며 조금 시무룩해 지셨다.


008.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인회시간.
기다리는 동안 손발이 너무 시려서 아 빨리 집에 갔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막상 순서가 다가오니 엇, 무슨 말을 하지, 그냥 안녕하세요, @@@입니다. 고맙습니다. 끝?
말주변 없는 것에 극심한 자책을 하며 아이고 망했네. 심장이 콩닥콩닥 하는데
유웅렬님이 쏘 스윗한 미소와 함께 어제도 오셨죠?라고 하셨는데 아뇨, 오늘 처음인데... 
둘 다 멋쩍게 웃으며 웅렬님 죄송하다 하시고 나는 괜찮다고 하고  
공연 잘 보셨어요? 하시니 긴장이 풀리고 나도 배시시 웃으며
네~ 잘 봤어요.라며 공연 중간에 궁금했던 것도 여쭤볼 수 있었다.
드럼 조남열님과는 그저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공연 잘 봤습니다. ㅎㅎ ㅎㅎ ㅎㅎㅎㅎ 
나만큼이나 낯가리시는구나 ㅎㅎ
이이언님께 사인 받는데 왠지 전에 뵀을 때 보다 더 수척해지신 것 같아서 건강하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옴.
중학교때부터 못 음악 들었다고 했는데..지금보니 2004년이면 제가 고등학생이네요. 정정하겠습니다.
고등학교때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스에서 조금 더 밝아질 생각 없냐는 질문에
못이 밝아지면 세상이 우울해질거라고 하셨는데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네. 
내가 누구한테 밝아지라고...아니 나도 그런 말 듣는 거 싫어하지만 그래도 음 지금이 5라면 5.5정도로 밝아져서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음악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송인섭님께, 리얼라이즈 공연때부터 궁금했던 인섭님의 지문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근데 인섭님이 처음에 "짐이요?"라고 되물어주심. 아니요. 지문이요, 지문.(자동출입국심사 통과 못하실 것 같아요)
인섭님 지문 인식 잘 안되서 학교에 출근 찍으면 맨날 지각으로 된다고 하시니
옆에 하윤님이 "그럼 아이폰은 어떡해?", "엄지는 괜찮아"
이하윤님 너무 우아하시다.  넋 놓고 봤네. 넋 놓고 바라보다 부지런한 산소 공급을 하겠다는 말을 잊음.

꿈 같은 시간이었고 매우 만족한 공연이었으며 후회가 남지 않는 공연이었다.
이렇게 마음이 가득차는 공연은 몇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하늘엔 달 무지개가 뜨지 않았지만
몇 년 전, 그 충만했던 겨울 밤에 봤던 달 무지개가 다시 생각나는 밤이다.